[진실게임] 1기·마음의 방향

 

패배 스크립트

 

내 손이 손등을 내려치려는 순간 제신율의 손이 빠른 속도로 치워지는 바람에 헛손질을 하고만 나는 원망스럽게 제신율을 바라보았다.

하지만 제신율은 매우 즐거워 보이는 모습으로 의자 등받이에 기대어 다리를 조금씩 흔들기까지 했다. 

 

게임하자고 할 땐 그렇게 신나 하던 사람이 이렇게 쉽게 무너질 줄은 몰랐네. 

 

자긴 승패 따윈 신경 쓰지 않는다고 하더니 어린애처럼 으쓱대기나 하고, 나는 속으로 몰래 툴툴댔다. 

 

털이 복슬복슬한 제신율 씨 발을 떠올리면 못 때리겠더라니까요…

 

뭐라고?

 

아니요, 아니에요. 실수였을 뿐이지 제 평소 실력을 말해주는 건 아니라고요. 한 판 더해요!

 

그래?

 

그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은 뭐예요? 정말 너무하시네요.

한 판 더 해요. 절대 지지 않을 거니까.

 

기세등등한 모습이 참 너답네. 

 

제신율이 팔걸이를 가볍게 두드렸다.

 

근데 하나 알려주자면, 넌 지금 먼저 룰대로 벌칙을 받아야 해.

 

알겠어요…

 

나는 바람 빠진 고무공처럼 고개를 푹 떨구었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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질문을 읽고 난 순간, 가볍게 숨을 들이켜는 소리가 들려왔다.

고개를 돌리자 제신율이 팔짱을 낀 채 바닥을 쳐다보며 '나하곤 관계없어'라는 표정을 짓고 있는 게 보였다.

 

있어요.

 

제신율이 휙, 하고 고개를 들어 올렸다. 금빛 눈이 나를 빤히 쳐다보는 통에 산짐승이 나를 노려보기라도 하는 것 같은 착각이 들었다.

나는 그를 향해 활짝 미소를 지어 보였다.

 

맞혀보세요, 누구게요~

 

나는 일부러 말끝을 늘리며 제신율이 먼저 시선을 피할 때까지 그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았다.

 

콜록콜록…

 

어색하게 헛기침을 하던 제신율이 고개를 돌리자 귓가가 잘 보지 않으면 눈치채지 못할 정도로 살짝 붉어진 게 보였다.

 

업무에 사적인 감정을 이입하지 말지.

 

그건 당연하죠.

왜냐면 제가 좋아하는 건 일할 때의 제신율 씨 뿐만 아니라 일 외적으로 만나는 제신율 씨이기도 하니까요.

 

…억지를 부리는 능력이 갈수록 일취월장하는군.